삼청동 나들이와 삼청동 수제비(주차 팁까지..)
가을이 되면 한 번씩 경복궁을 들러 삼청동을 걷곤 해요.
낙엽 뒹구는 삼청동, 인사동, 북촌, 서촌 등이 참 예쁘잖아요.
날이 쌀쌀해지니,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도 먹고 싶고 나들이도 가고 싶고
두 가지 모두 만족할 만한 장소.
삼청동 가서 삼청동 수제비를 먹고 삼청동을 걷는 주말을 보내기로 합니다.
소문에 삼청동 수제비가 대기가 무지막지하게 길다고 하여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몇 년 만에 들러보고 싶었어요.
이곳에서 추억이 좀 많은 편이거든요.
친구들과도 가족들과 도요.
아주 예전에는(무척 주관적이긴 한 기간 입니다만!!) 언제든 가면,
바로 입장해서 먹을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삼청동 수제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고요.
고사이 주차장이라도 늘렸나 싶어 전화로 확인하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그렇다면 11시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가서 전용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차비도 아끼고
첫 번째로 입장해서 편하게 수제비를 먹어보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짜고 출발했어요.
물론 이 계획이 얼마나 어이없는 계획이었는지는 삼청동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깨닫게 되었지만요.
11시 20분 전이지만 삼청동 수제비 건너편에 있는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어요.
만차라고 하기에도 웃기는 주차장 사이즈지만요.
직원들만 주차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ㅎㅎ
전용주차장을 지나치면 한국 금융연수원이 있어요. 여기에 주차하세요.
이 동네에서 여기가 제일 저렴하대요.
첫 번째 입장이고 나발이고, 1시간 안에 먹을 수 있나...
이렇게 수제비에 진심인 분들이 많은가...
두 눈을 의심케 한 광경 한번 보시죠!!
보자마자 말 문이 막혔지만 일단 동행인에게 줄을 서라고 다그치고는
주차하러 갔어요.
주차하고 돌아왔을 때는 제기 한 선택이 신의 한 수였다는 걸 알았죠!!
진짜예요. 동행인도 제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동행인뒤로 이미 줄이 20미터가 길어져 있었거든요.
20여분 기다리고 사진 찍지 말라고 제지하는 무뚝뚝하고 친절하지 않은 직원분에게 경고 먹고
들어갑니다.
메뉴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고요.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직원분들과 분주하게 드시는 손님들 틈에서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 전에 기 빨리는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사진 찍지 말라고 하는 소리에 졸아서 사진 마구 흔들리는 중!!
반찬은 예전부터 두 가지!!
저 열무김치가 맛있어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요!!
주문한 수제비 2인분과 감자전이 나왔어요.
수제비는 먹다 보니 양이 많다는 생각이 사뭇 들었어요.
전에도 그랬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내가 기억하는 삼청동 수제비는 젤리뽀처럼 입에 대고 들이키면
후루룩하고 빨려 들어오는 종이처럼 얇고 부드럽고 찰졌는데
이날 먹은 수제비는 두껍고 텁텁하고 미지근하고 맛없는 수제비였어요.
감자전도 맛없기는 매한가지.
맛없기는 둘째치고 먹다 보니 수제비가 어른 손바닥만 한 사이즈가 건져지던데
"수제비라는 게 적당한 크기로 떼어 넣어 익힌 음식"이라고 사전에도 나오는 구만
밀가루 반죽 덩어리로 국을 끓이는 건, 너무 매너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많이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반죽 떼는 분들이 서너 분이 쉬지 않고
손을 움직이시는 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은...
나는 이제 안 가면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많던데
수제비가 이런 맛이라고 기억되는 건 진짜 싫으다요!!!
상호 앞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라는 표기가 빛나보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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