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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맛집

신당동에는 즉석떡볶이만 있는게 아니에요. 신당동 찐 로컬맛집 진미떡볶이에 관하여.

by 7아몬드 2023. 8. 29.

신당동에는 즉석떡볶이만 있는 게 아니에요. 신당동 찐 로컬맛집 진미떡볶이에 관하여.

 

 
 
집에 숟가락이 몇개 까지도 있는지 아는 죽마고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엄마가 만든 000 먹고 싶다!!" 라든가 " 우리 엄마가 만든 00 진짜 맛있는데..."라고 말하며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깨달았는데, 그 친구 엄마 음식이 그렇게 맛있지 않았던 기억이 분명히 나는데, 아니면 먹을 만은 했지만 그리울 정도의 맛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음식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들은 엄마 음식이 진짜 맛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익숙해 지고 길들여지며 그리고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닌 그날의 분위기. 나의 컨디션. 그리고 추억 등등.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끓고 있는 진미떡볶이

 
 
그도 그럴것이, 30년도 훨씬 전 진미떡볶이를 처음 먹은 날, 
너무 달고 맛이 별로라, 그냥 길건너에 있는 즉석떡볶이나 먹을 걸 하고 후회하며 가게 문을 나섰었다.
 
그리고 사장 할머니께서도 뭐, 그닥 친절하신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 1이 먹재서 한 번, 친구 2가 먹재서 또 한번, 진미떡볶이 방문 횟수가 늘다 보니 어느 날은 그 달고 달아서 입에 곱이 낀 것 같았던 진미 떡볶이가 먹고 싶은 날이 온 것이다.
 
그러면서 진미 떢볶이에 드나든 게 어언 30년은 훨씬 넘었을 거다. 기억도 가물가물. 게다가 나는 이 동네에는 살아본 적도 없는 신당동 반대편에 살았을 때인데 말이다.
 
 
여기 앉아서 진미 떡볶이를 먹고 있다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해외에서 잠시 귀국했다 들렀다는 손님, 경기도 광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왔다는 손님, "일요일은 교회갔다가 진미떡볶이 먹는날이예요!" 라고 말하는 손님 등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성인이 되어버렸으나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하는 어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요즘에 그렇게 많고 많은, 어쩌면 더 맛있는 떡볶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두끼에 들러 진미 떡볶이랑 비슷한 맛을 구연해 보려고 했지만, 진미떡볶이의 비슷한 맛은 만들 수 있을지언정, 딱 이맛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우리가 엄마음식을 천만번 먹어도 100% 똑같은 맛을 만들어 낼 수 없듯이.
 
 
큰맘 먹고 한번 방문하면 당분간은 재방문이 쉽지가 않은,  생활에 치이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일단 모든 메뉴 다 주문하고 먹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문제의 진미 떡볶이는, 그냥 평범한 밀떡에 짜장이 들어갔고, 매우 달며, 이제는 가격도 비싸졌다.
 
 

 
 
김밥맛은 엄마가 싸준 김밥 중에 제일 괜찮은 정도의 맛이며,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맛이다.
 
 

 

 
 
요즘은 비싸고 맛있는 진짜 어묵도 많지만, 누가 봐도 비싸지 않아 보이는 사각어묵 슥슥 썰어서 대~~ 충 끓인 이 어묵탕맛이 왜 그렇게 맛있을까.
후추 맛이 매우 진하고 깔끔해서 어묵탕 포장해 집에 오면 남을 국물로 콩나물 국을 끓인 적도 있다. 후추도 어떤 브랜드를 쓰시는지 본 적은 없지만 우리 엄마가 썼던 그 직사각형의 빨간 뚜껑 맛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아는 그  후추 말이다.
 
 

 
 
순대도 그냥 순대일 뿐. 간도 그냥 간일뿐. 더 건강한 간이겠냐고요!! 그리고 양이 많이 작다. 
알지만, 꼭 주문해서 떡볶이 국물에 찍어 같이 먹는다.
 
 

 
 
어차피 나같이 진미떡볶이에 순종하는 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메뉴개발 따위는 하지 않으신다.
늘 같은 메뉴. 
 
 

 
 
오랜 시간 한자리에 계시다가 2년 전에 이사를 하시긴 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내부분위기는 전혀 세련되 지지 않았다.
하긴 세련된 데는 너무 많으니까, 굳이 여기까지 그럴 필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나오면서 2인분(비조리)을 또 구매해왔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잘 소분해 놓고 서너 번 더 먹었다.
 
포장을 하며, 할머니 대를 이어 사장님하고 계신 따님께 간절하게 말씀드렸다.
"건강하세요!!!!!" 
 
내시간 내서 멀리 가서, 내돈 많이 쓰고, 서비스는 단 한번도 받아본적은 없지만. 간절하게 저 한마디가 나왔다.
 
원조 사장할머니의 따님이 나이드신 모습이 꼭 나를 보는것 같았거니와, 
 
또, 그래야 내가 계속 이걸 먹을 수 있으니까.....
 
 

 
 
진미 떡볶이
주소: 서울 중구 신당동 52-33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매달 2, 4 번째 수요일 정기휴무)
주차: 주차 따위 배려 없음.(근처 주차 매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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